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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개보다 두 개가, 두 개보다 세 개가 이쁜 투명우산

2016.02.12

한 개보다 두 개가, 두 개보다 세 개가 이쁜 투명우산.

  “아주머니..예쁜 투명 우산좀 보세요!” 2014년 6월9일 월요일 오후 (.날짜가 정확히 기억 나는 이유는 내 생일 바로 전 날 이었기 때문이다). 생일 전날이었지만 기분이 별로 상쾌하지 않아 산책을 나갈까 하고 길을 나서는데 월요일부터 동네아이들이 시끄럽다. 똑같은 우산들을 신기하게 들고 왁자지껄 엘리베이터를 탄다. 연신 싱글벙글 우산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한다.
저쪽 골목길에서 우산을 들고 뛰어오는 아이들, 우산으로 칼싸움을 하면서 오는 아이들, 엄마에게 우산을 선물로 준다는 아이들 등등..우산을 받은 날이라서인지 동네가 다른 날보다 시끄럽다.
 아이들을 마중 나온 엄마들도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학교에서 나누어 준 깜짝 선물이 참 신기하여 펴보기도 하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어른들도 똑같은 우산을 갖고 싶은지..남은 건 없느냐고 묻는다..어디를 가든 투명우산이 화젯거리다. 내 친구와 똑같은 우산, 우리 반 모두가 똑같은 우산, 전교생이 똑같은 우산을 받다니..정말 내가 봐도 신기하다. 시골동네에 모두 다 똑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노란색우산을 똑같이 들고 오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고 예쁘다. 우리 학교에 산타클로스가 온 걸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정말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너무 즐겁고 감사한 선물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이 두,세명 있는 집들은 우산이 옹기종기 예쁘게 현관에 모여 있다. 아이가 한명인 집들은 너무나 부럽다. 한 개보다는 두 개가 두 개보단 ,세 개가 함께 있으니 너무 예쁘다. 아이들의 가방 속 가정통신문을 보고 현대모비스와 어린이안전재단이 함께한 투명우산 캠페인에 대에 알게 되고 우리학교가 당첨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한다. 
 우리 금릉초등학교는 아이들이 15분 이상 걸어서 등교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거의 페교 되기 직전의 학교였는데 15분 거리에 코아루 아파트라는 대단지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다행히 폐교되지는 않았으나 골목길이 잘 정비가 되지 않고 보도가 만들어지지 않아 등굣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특히 비오는 날이면 엄마들이 따라가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며 차로 등교시키기도 하며 좌불안석이었다. 왜냐하면 골목길에 공사차량과 등교하는 아이들이 뒤섞여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비오는 날이 달라졌다. ‘비가 언제나 오려나...?’엄마도 아빠도 아이들도 확인하지 않던 일기예보를 들여다보고 옆집 친구와 함께 똑같은 우산을 쓰고 갈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 장화도 신고 우비도 입어야지..생각한다.
“오늘은 비가 올 거 같네” “우산 갖고 가야지”...우산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던 5학년 개구쟁이 아들도 친구와 똑같은 우산을 들고 가고 싶어서 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면 어김없이 챙겨간다. 하..신기하게도 잊지 않고 잘 들고 오고 네임펜으로 이름도 적어두었네.
우산을 받고 비가 주룩주룩 오던 6월 말 어느 날 옆동 아이들과 약속한 듯 똑같은 우산을 들고 만나 삼삼오오 줄을 지어 간다. 나도 뒤에서 따라간다.
엄마에게도 투명우산 한 개 있었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해바라기 꽃이 가득한 꽃밭 옆길을 아이들이 줄을 지어 노란색 우산을 쓰고 가니 아이들이 더 아름다고 순수해 보인다. 평소엔 무심코 지나쳤던 해바라기꽃의 노란색이 오늘은 더 뚜렷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우산이 투명하니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 이야기한다. 앞에 걸어가는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고 함께 걸어간다. 아..우산이 더 많이 보인다. 따라간다. 비가 그치면 똑같이 땅에 그림을 그리며 노는 아이들 막대기처럼 갖고 노는 아이들. 다양한 놀잇감이 되어준다 우산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아이들도 느끼는지..교문을 들어선 순간 다른 때 보다 운동장을 훨씬 천천히 걸어온다. 
 엄마들도 투명우산을 들고 나갈 날을 호심탐탐 노리고 있다. 어느 날 오후 비가 내린다. 우리아들 노란색 투명우산을 들고 나가 본다. 같은 동 지영이 엄마도 투명우산을 들고 앞에 걸어가고 있길래 불러보았다.  어린이집, 유치원 하교버스를 기다리는 엄마들도 투명우산을 들고 있다. 모르는 엄마들이지만 눈인사를 한다. 아이들 우산을 들고 나온 엄마들도 서로 쳐다보고 재밌어하고 가까이 가서 이야기한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쳐다보고 인사한다. 신기하다 우산이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하게 만들다니..정말 재미있는 경험이다.
나도 모르게 멀리 걸어왔다. 내친 김에 아이들 학교까지 걸어가 본다. 해바라기 꽃밭 옆길을 걸어보며 노란색을 만끽해본다. 저기..한 꼬마아이가 논밭길로 노란우산을 들고 혼자 걸어가는데 꼭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막 따라가 보았는데 쏙 사라져 버렸다.
우리 동네 위험하기 짝이 없던 비오는 날 등굣길과 하굣길이 안전하고 예뻐졌다. 투명함과 노란색으로 물든 골목길이 너무너무 예쁘다.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들도 고개를 든다.
우리 모두에게 즐거움과 행복까지 안겨준 투명우산. 정말 고맙다
혼자보단 둘이, 둘보단 셋이 더 예쁜 투명우산.
비오는 날이면 꽃과 나무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
오늘은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도 슬그머니 들고 나와 본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하게 해주어 너무 고맙다.
오늘도 내일도 비오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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