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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투명우산 후기공모전 선정 작품

2016.02.12

                            투명우산의 약속

                                                  미봉초등학교
                                                 교사 노 미 란

  여름방학이 끝나고 다시 만난 아이들. 얼굴은 거무스름하고 키는 깡총하니 커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란 만큼 하늘도 저만치 높아지고 그 빛깔은 더 짙고 푸르러 졌네요. 해거름 불어오는 바람에 팔등에 솜털이 솟고 저절로 팔짱을 끼게 되는 걸 보면 정말 가을인가 봅니다. 
  지난여름 부산 등 남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많은 피해가 있었다지요. 우리 학교도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건물 안으로 넘쳐 들어올 듯 굵직한 장대비가 한 두 차례 찾아왔습니다. 비가 오면 아이들은 늘 시무룩해하곤 합니다. 푸릇푸릇한 잔디운동장에서 실컷 뛰어 놀고픈 아이들에게 비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니까요. 그런데 올여름 우리 학교의 비 오는 풍경은 뭔가 전과는 다른 점이 있었답니다. 저마다 우산을 들고 나와서는 장화를 신고 참방참방 물소리를 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 운동화가 젖어도 개의치 않고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한동안 비 소식이 없어 어린이안전재단에서 주신 투명우산을 통 쓸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 신나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내심 비를 기다렸던 마음이 짐작됩니다. 생각해보니 우산을 들고 장화를 신고 아침 등교차량을 탈 때부터 아이들의 얼굴이 한껏 신이 났던 것 같습니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 마냥 비 오는 하늘에 햇살이 반짝이고 푸른 잔디운동장에는 우산 꽃이 피었습니다. 투명우산을 쓰고 빗속을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네요. 아이들이 앞으로도 꼭 이만큼 예쁘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예쁜 우산이 아이들의 안전까지 지켜준다니 참 고마운 일입니다. 비 오는 날에는 꼭꼭 투명우산을 쓰고 다니라고 이야기하니 이미 알고 있다며 아이들은 큰소리를 땅땅 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도시는 크고 복잡하고 위험해 보입니다. 특히 비 오는 날 가방을 메고 우산을 쓰고 길을 나선 아이는 주변을 살피기가 어렵겠지요. 며칠 전 길을 가다 옆길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를 보고 급정거한 적이 있었습니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일이지 않을까 싶네요. 속도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입니다. 
  거리에는 조금만 더 아이들을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곳곳에 묻어납니다. 아이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신호나 차선을 무시하며 과속을 일삼는 차량들, 아이들 앞에서 무질서한 모습을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들. 이런 분위기 속에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저부터 무관심과 적당주의를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아동보호차량이나 스쿨존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확고하고 아이들에 관계된 안전규칙은 틀림없이 지키는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안전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 교육을 받으며 아이들은 이야기합니다. “어떤 아저씨가 빨간불에 그냥 건너갔어요.”, “큰 트럭이 갑자기 크게 크락숀(클랙슨)을 울려서 깜짝 놀랐어요.”, “버스 타려고 줄을 서 있었는데 큰 형이 새치기를 하고 먼저 탔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얼굴이 절로 벌개집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마냥 떳떳하지 못하니 뭐라 얘기를 해줘야할지 난감한 마음이 듭니다. 어른들은 지키지 않아도 너희들은 꼭 지켜야 한다고 얘기해야 할까요? 전 앞으론 선생님도 꼭 지키도록 노력 
할테니 너희들도 안전을 위해 조심하고 규칙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아이들 얼굴을 살금살금 살피게 되고 여전히 가슴은 무겁네요. 앞으로는 좀 달라져야겠습니다. 다른 일은 몰라도 아이들의 안전에 관계된 일에서 만큼은 유난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럼 아이들을 보는 제 마음이 지금보다 가벼워지겠지요. 
  투명한 우산이 아이들의 마음처럼 어여쁩니다. 참 맑습니다. 그 우산에 담긴 약속을 모두가 지켜 건강한 대한민국,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이들이 투명우산 아래 웃음꽃을 피운 어느 날 엄마의 마음으로 생각해봅니다. 거리에서 투명우산을 만나면, 아이들을 만나면 다시 한 번 안전에 대한 약속을 되새기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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